낙타몰이꾼이 자이살메르 사막 한가운데에 해영과 나를 남겨두고 떠난 지 1시간은 족히 흐른 것 같다. 나의 낙타, 알타가 문제였다. 애꾸눈 알타는 한나절 이동하는 내내 열여덟 번의 똥을 싸고 오줌을 셀 수 없이 퍼부었다. 한 번은 낮은 사구에 나를 내리꽂을 뻔했다. 손바닥선인장이 지천이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식성으로 선인장 뿌리까지 해치우고 나서야 다음 여정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알타가 사라졌다. 화가 난 낙타몰이꾼은 내게 이해할 수 없는 온갖 소리를 마구 내뱉더니 해영의 낙타를 타고 알타를 찾아 떠났다. 알타가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 길을 잃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자 걱정이 되었다. 나는 거의 울 지경이었는데,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어둠을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늦은 오후가 되자 기온이 훅 떨어졌고, 해영은 연료로 쓸 똥을 찾으러 가겠다고 선언했다. “1인치도 움직이지마. 그가 우리를 찾을 수 있도록!”
남쪽으로 향한 해영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자 사막의 어둠이 두려움을 몰고왔다. 외투와 먹을거리가 모두 낙타에 실려있었기에 나는 거의 맨몸이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한참동안 추위에 떨었다.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다가올 때까지. 소녀는 내 팔목을 훅 낚아채 실팔찌를 채워주었다. 크고 검은 눈동자 안에 천진함과 무료함이 들렸다. 우리는 서로를 응시하는 동안 서로 위안하게 되었는데, 웬지 그가 나를 불쌍하게 바라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소녀가 물었다. “나는 알지 못해요. 낙타몰이꾼이 도망간 내 낙타를 잡으러 갔어요. 친구는 연료를 구하러 사라졌고요. 나는 1인치도 움직이면 안돼요. 그들이 날 발견해야 하니까.” 소녀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말했다. “그들은 오지 않을 거예요.”
나는 문득 내가 곧 죽으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죽음의 기운은 발끝에서 작게 시작해 척수를 타고 뇌의 깊은 안쪽까지 묵직하게 흘러들었다. 금방이라도 토할 것처럼 괴로워 얼굴을 찡그렸고, 더는 소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호흡이 가빠졌고, 귓속으로 허름한 진동이 흘러들었다. 그것은 익숙하고 부드러운 여성의 목소리였다.
“150년 전에 당신은 무사의 칼에 찔렸어요. 뼈가 분리되고 살점이 흩어졌지요. 안타깝게도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여러 번 까무러침을 반복하면서 며칠을 고통 속에 보냈어요. 춥고 건조했고 상처는 조금씩 쪼그라들었어요. 당신은 죽어가는 동시에 살아내고 있었죠.” 목소리가 말했다.
“하지만 결국 난 죽었군요!” 망연자실하며 내가 말했다.
“맞아요, 하지만 우리는 당신이 다시 태어났을 때 상처를 기억해냈어요. 우리가 당신을 먹었거든요.” 목소리가 더 선명해졌다.
“네? 당신 나하고 말장난합니까? 당신 대체 뭐요?”
“우리는 당신이에요. 우리는 곧 죽을 당신입니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죠? 그래서 진짜 내가 죽는다고요?” 나는 이것이 꿈이라고 믿고 싶었다.
“네, 당신은 죽을 겁니다. 그렇지만 다시 태어났을 때 당신은 조금 덜 죽을 거예요. 우리는 기억력이 꽤 좋은 편이니까요.” 목소리는 진지했다.
“맙소사! 나는 죽고 싶지 않아요..”
“당신은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나는 그제야 그 목소리가 내게 실팔찌를 건넨 소녀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소녀는 성인 여성의 모습이었다. 나였다. 미래의 다시 죽을 나. 나는 서서히 의식을 잃어갔고 눈앞에 이끼로 뒤덮인 툰드라 고원이 일렁거렸다. 밝은 빛과 함께 눈폭풍이 휘몰아쳤고, 소용돌이 속에서 멀리 육중한 크기의 사향소를 타고 내게 돌진하는 낙타몰이꾼이 아른거렸다. 사향소는 한쪽 눈이 없었고, 검은 터번을 쓴 그의 허리춤에 큼지막한 신월도가 반짝거렸다.
더는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