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세벤느 협곡을 가로질러 당나귀 고개를 세 번 넘어가자 돌탑으로 쌓은 원형의 집들이 흩어진 마을에 이르렀다. 얼굴에 검은색 털이 난 양들이 낙석에 붙어 있는 소금을 핥고 몇몇은 길 한가운데를 차지했다. 구불구불한 길 어디에서나 오레가노 향이 뭉근하게 밀려왔고 이상하게도 하품이 계속 일어났다. 돌탑의 유일한 통로인 나무 출입문은 대부분 활짝 열려 있었는데, 아무리 기웃거려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마치 마을 전체가 단체로 낮잠이라도 빠진 것처럼. 나른함이 몰려왔다.
이곳에 도착한 지 3시간은 훌쩍 지났으나 해는 여전히 같은 방향에 떠있었다. 나는 낙석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은 올리브나무 그늘에 앉아 누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한 사내의 그림자가 나타난 건 큰보라제비나비가 아른거렸을 때였다. 사내는 뒤로 걷고 있었다.
“당신은 왜 뒤로 걷고 있나요?”
“율리시스의 말을 듣고 있어요.”
“아, 이 아름다운 나비를 말하는 것이군요. 나는 먼 길을 쉼 없이 달려왔어요. 먹을 곳을 찾고 있어요.”
“율리시스는 당신이 우리 마을을 떠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는군요.”
“대체 이 나비가 무슨 말을 한다는 거죠? 그리고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요!”
“들리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요.”
사내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뒤로 걷기 시작했다. 반대편에서 뒤로 걸어오는 한 여자가 보였다. 그들은 서로 가까워지자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각자의 방향으로 몸을 돌려 다시 뒤로 걸었다. 나는 그들이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뒤로 걷는 이들의 앞을 쫓는 것뿐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뒤로 걷는 것에 익숙해 보였다. 그들은 쭉 뻗은 길에서도 나선형의 움직임으로 걸었는데, 특이하게도 부딪힘이 전혀 없고 앞을 보지 않아도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이들의 생활 방식이 너무 흥미로워 이곳에 머물며 그들을 진지하게 관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부족이거나, 특별한 신체 기능을 갖춘 실험체일 수 있다!
뒤로 걷는 사람들은 사이가 좋을수록 ‘동시에 말하기’로 애정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남자가 굵고 묵직한 톤으로 재채기하면 여자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동시에 재채기하는 식이다. 그들은 서로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알고 있으며, 그것을 동시에 말하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한다. 다른 시간에는 대체로 침묵을 선택한다. 그래야 더 잘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아르밀라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는 뒤로 걷는 사람들 중 유일하게 시력을 상실하지 않은 사람이다. 아르밀라의 취미는 새벽에 버섯을 밀어 올리는 힘의 소리를 듣거나, 박쥐의 주파수를 교란하는 나방의 날갯짓을 듣는 것이다.
“당신들은 왜 넘어지지 않는 거죠?”
“우리는 넘어지는 순간을 미리 들을 수 있어. 뒷공간은 안락한 소파와도 같지. 설사 넘어지더라도 다치는 법이 없어. 횡격막은 균형을 잡아 주고 피부와 골격 사이에 자라난 이끼가 폭신한 보호막이 되어준다고.”
“음 그렇군요. 당신들이 듣기 장인이라는 것은 알겠어요.”
아르밀라는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짓더니 작은 발로 바닥을 치며 당나귀 고개를 향해 울부짖는 소리를 내뿜었다. 이어 사방에서 구슬픈 비명 소리가 메아리쳤다.
“바닷바람을 들으며 사는 타라나키야. 타라나키는 대왕고래가 바닷속에서 일으키는 물결의 느낌도 들을 수 있지. 그녀는 향유고래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슬픔의 나날을 보내고 있어. 향유고래가 그렇게 된 건..” 아르밀라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야. 고래는 태양의 폭풍 소리까진 미쳐 헤아릴 수 없었어.”
“태양때문에 향유고래가 죽었다는 말인가요?” 나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향유고래는 지구의 소리를 듣고 방향을 찾을 수 있어. 태양 폭풍이 일어나 지구 자기장이 들리지 않았고, 결국 깊은 바다로 향하는 길을 찾지 못했지. 그들은 파도에 밀려 뭍으로 떠내려올 수밖에 없었어. 다시는 바다로 돌아가지 못했고 말이야. 타라나키는 고래에게 미리 알리지 못한 것을 무척 괴로워해.” 그녀는 시무룩했다. "무려 29마리였다고..."
나는 아르밀라의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아르밀라는 바람이 불 때마다 펠로폰네소스의 만가를 노래하고 갑자기 깔깔거리며 발을 구르다가 어느새 깊은 잠에 빠지곤 했다. 그녀의 발바닥은 내가 들을 수 없는 소리를 감지하는 것이 분명했다. 확실한 것은 이곳에서 그 누구도 혼자 울거나 혼자 웃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곧 큰 지진이 날거야. 꿀벌의 날갯짓이 들렸어. 뒤로 걷지 않을 거면 이 마을을 당장 떠나는 것이 좋아. 당신의 죽음을 들어도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을테니까.”
무언가 새로운 사건이 벌어진다는 생각이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지만, 아르밀라의 말에서 진실을 들었다. 나는 관찰을 마무리하고 뒤로 걷는 도시를 떠나기로 했다. 당나귀 고개를 두 번 더 넘어 불빛으로 반짝이는 도시에 이르렀을 때 마호가니 가구로 꾸민 식당에서 근사한 코스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뛸 듯이 기뻤다. 19세기에 지은 오래된 호텔 방에서는 걸을 때마다 나무 갈라지는 소리가 났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얼굴에 검은 털이 난 땃쥐가 바닥을 뚫고 고개를 내밀기 전까진. 나는 까무러치는 줄 알았으나 내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호텔 매니저는 내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나는 지긋지긋해져서 해가 뜨기 전 호텔을 빠져나와 기차역으로 뛰었다. 첫 기차를 향해 발을 올리는 순간 목이 두꺼운 남자의 큰 어깨에 부딪혀 발목이 꺾인 채 고꾸라졌다. 귀에서 땅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