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가 깊은 눈두덩이, 수염이 들쭉날쭉한 굵은 턱선은 누가 봐도 호세인 라자이였다. 이달의 세계 뉴스에서 그의 반쪽 미소를 보았을 때 나는 그가 여전히 독일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것도 슈투트가르트 자연사 박물관의 수석 연구원이라니! 그는 10년 전 내가 *라흐니히트 할머니 주택에서 살던 시절 아랫방 청년이었다. 나는 2달간 머무르던 정든 방을 이란에서 온 학생에게 내어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무척 슬펐지만, 월세를 아끼기 위해서는 그보다 작은 4층 방으로 옮기는 편이 여러모로 나았다.
그가 들뜬 표정으로 오토슈트라세 7번지에 도착했을 때 나는 퉁명스럽게 ‘나의 방’, 아니 ‘한때 내 방’이던 안락한 세계로 그를 안내해야 했다. 낮은 아치창이 달린 부엌에 기다란 침실이 나란히 붙은 작은 방. 천장 모서리에 낡은 브라운관 TV가 매달려있고, 침실 창을 열면 뒤뜰 너머로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끝없이 펼쳐졌다.
나는 라디에이터 선반에 앉아 기약 없이 남서풍을 맞거나 지붕에 앉아 정원을 돌보는 라흐니히트 할머니 바라보기를 좋아했다. 라흐니히트 할머니는 허리를 펼 때마다 지붕에 앉아 있는 나를 향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곤 했다. 그녀는 종일 집 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느라 늘 분주했다. 하숙생들은 늘 몸에서 떨어진 털을 치우지 않았음으로 나는 부지런한 할머니가 무척 고마웠다. 나는 때때로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나일과 함께 지붕에 떨어진 낙엽을 치우는 노동으로 보답했다.
‘이제 이 풍경을 볼 수 없다니, 젠장!’
나는 평온을 흐트러뜨리는 호세인의 등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는 내게 어른스럽게 악수하고 또래의 이웃이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는 좋은 사람에 속했다.
“하마터면 입국을 못 할 뻔했지 뭐예요.”
호세인이 뭔가 대단한 사건을 들려줄 준비가 되었다는 듯 말했다.
“…”
“공항검색대에서 이 가방을 열었을 때 그들의 얼굴을 봤어야 했는데…”
그는 익살스러운 눈빛으로 키득거렸다. 검은 서류 가방은 지극히 평범했지만, 호세인은 마치 진귀한 비밀이 들어있는 것처럼 가방을 다루었기 때문에 나는 뒷걸음질 쳤다. 나는 그가 마약사범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 가방에는 내가 루트사막에서 만난 친구들이 있어요. 나는 그들의 생식기를 훼손 없이 독일로 가져와야 하는 임무를 맡았죠.”
가방 안에는 알로카시아 잎사귀처럼 활짝 편 날개들, 벌을 닮은 푸른빛 나방과 통통한 애벌레, 새끼손톱만 한 크기의 작은 번데기들이 나란히 박혀 있었다. 나방들은 금방이라도 공중으로 날아오를 듯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코끝이 간질거렸다.
“나방이군요.” 나는 태연한 척 말했다.
“평범한 나방이 아니에요. 이들은 새천년에 새로 발견된 미지의 종자들이죠.”
호세인은 한여름에 루트사막의 온도가 얼마나 높게 올라가며, 슈투트가르트 출신의 곤충학자 루트비히 박사가 본인과 이 나방들을 채집하다가 통역가와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 이란에서 나방 전문가로 사는 것이 얼마나 근사하고 험난한 일인지에 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의 두툼한 노트를 펼쳐 암컷 나방의 생식기 세밀화를 보여주기 전까지 나는 호세인의 조수가 되어 루트사막 한가운데에서 해골박각시가 찍찍거리는 소리를 읽고 있었다.
“나방의 생식기를 왜 연구하나요?” 내가 진지하게 물었다.
“우리가 우주의 3%만 겨우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나방은 우주에 떠도는 태양풍과 대화하며 궤적을 만든다고요. 어쩌면 그들의 자궁 속에 지구와 우주의 유기적 관계를 설명하는 나침반이 있을지 모르죠.” 그가 반쪽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미소가 어떤 기분을 말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옛 나의 방에서 1개월 남짓 살고 본 대학교 기숙사로 떠났다. 그의 페이스북 프로필 이미지는 파키스탄 타르 사막에서 나방 그물을 번쩍 들고 반쪽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진 설명에는 나방 애벌레의 침이 플라스틱을 분해한다고 쓰여 있었다. 나는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에 투입될 수만 마리의 나방 애벌레를 떠올리며 잠시 울적해졌다. 이어 공용 화장실에서 그의 털을 더 이상 목격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뻤다.
호세인의 반쪽 미소를 다시 본 건 2020년 여름날의 세계 뉴스 섹션이었다. 그는 80도에 가까운 한여름의 루트 사막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했다. 새우였다. 나는 그 사진이 쾰른의 아쿠아리움 카페에서 내가 돌보던 심해 새우, 산티아고라는 사실을 느리게 알아차렸다. 나는 1년간 산티아고의 점을 긁어 주고 지점장 몰래 프리미엄 사료를 특별히 챙겨주었다. 깃털 같은 혓바닥 움직임은 분명 산티아고였다. 나는 아직도 산티아고가 어떻게 이란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발견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심해이든, 쾰른이든, 이란 사막이든 산티아고는 살아남았고, 이제 슈투트가르트 자연사박물관 연구소 안에 영원히 박제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호세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팔로크립투스 파히미는 산티아고가 분명합니다. 난 그의 혓바닥을 기억하고 있어요. 왼쪽으로 한 바퀴, 그다음은 오른쪽으로 휘감아 자기 몸을 긁습니다. 그것을 분명 세 번이나 반복한 이후 열수구 속의 광물을 더듬습니다. 그래도 못 믿겠다면 산티아고 몸 2/3 지점에 있는 푸른 점을 찾아보시겠습니까?”
이틀이 지나 회신이 도착했다.
“당신은 1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군요. 여전히 진실을 믿지 않아요. 안타깝지만 산티아고라고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또한 새우는 점이 나지 않습니다. 나는 증명된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자연사학자입니다.”
나는 차단당했다.
호세인은 키르기스스탄에서 2억 3천 년 된 도룡뇽, 트리아수루스 식스텔레 화석을 발견해 복원에 성공했다. 엄청난 성과를 이룬 그에 관한 내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산티아고를 향한 죄책감으로 며칠 동안 잠을 자지 못해 프리미엄 멜라토닌 5mg을 주문했다. 슈투트가르트 비오(BIO) 제품으로. 한 달쯤 지나자 난 산티아고를 잊는 데 익숙해졌다. 호세인이 올해의 자연사학자 후보에 올랐다는 뉴스를 클릭하기 전까지는. 그의 자랑스러운 반쪽 미소 아래에 설명은,
’사막 새우의 껍질에서 고강도 광물 발견. 이는 심해 압력과 수천 도의 온도를 견디는 신소재 광물로 우주 산업 개발에 상당한 혁신을 줄 것으로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