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에 백상아리가 출몰한 지 7일이 지났다. 사람들은 대왕암 주변 검은 화산 바위가 들썩이는 것을 보았다고 떠들었고, 해녀들은 성게를 수확하다가 상어의 둥지 동굴을 발견해 신고했다. 상어들이 나타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겁에 질린 적은 드물다. 해녀들은 불길한 징조라 수군거렸고, 낚시꾼들은 말을 아끼면서 모습을 서서히 감췄다. 목격자가 본 상어의 모습들은 제각각이다. 팔뚝만 한 크기의 상어가 포항 해녀의 종아리를 물어버린 사건이 있었는데, 해녀는 호랑이를 닮은 뾰족한 물고기가 물길을 역행해 돌진했다고 설명했다. 마치 세상에 종아리만 존재하는 것처럼 본능의 이빨을 세웠다.
‘가늘고 긴 검은 세로무늬를 두른 악마’는 괭이상어가 분명했다. 괭이상어는 포악상어와 달리 작고 공격성이 거의 없지만, 해녀가 뭍으로 나오기까지 한참 동안 턱의 힘을 풀지 않았다. 해녀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다시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나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작은 상어들이 증오의 대상이 되어 사라질까 걱정스러웠다. 괭이상어가 인간을 공격하는 사건은 극히 드물다. 그저 배가 고팠거나(대부분 바로 뱉어 버린다), 해녀가 물장구를 심하게 쳐서 상어가 위협을 느꼈을 수 있다. 단순히 호기심 넘치는 청년 상어일지도 모르고.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모슬포를 거쳐 가장 낮고 납작한 돌섬, 가파도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나지막하던 산호밭이 갑자기 수직 하강하는 협곡이 있다고 했다. 스쿠버 다이버들은 이 깊은 바다 우물의 생태를 탐험할 것이고, 그 풍경을 생생하게 기록해 세상에 알리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포항에서 만난 해녀와 달리 다이버들은 지나치게 태평해 보였다. 보트 위에서 우리는 장비를 섬세하게 챙기며 짙푸른 바다를 고요하게 응시했다. 그리고 한 명씩 공기의 침묵을 깨기 시작했다.
“가파도야말로 상어 둥지 천지지! 도롱잇여는 괭이상어 소굴이라니까? 상군 해녀 아니면 서우여는 얼씬도 못 해. 식인상어가 나오거든. 한 번은 울진 바다에서 다이빙 하다가 까물어칠 뻔했어. 수심 10m 정도로 낮은 곳이었는데, 성인 남자 키만 한 몸이 희멀거니 배를 까고 바닥에 누워있지 뭔가! 아휴, 사람 뱃가죽인 줄 알고 어찌나 놀랬던지. 시커먼 아가미 줄을 보고서야 상어라는 걸 알았지. 콩알처럼 까만 눈이 아직도 생생해. 금방이라도 끔벅일 것 같더라니까. 산 채로 만났더라면 아마 그 자리에서 기절했을 걸. 왜 그렇게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는지는 참 이상해.”
“상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데 저는 오히려 반가운데요? 사람 죽이는 상어가 그렇게 흔한가 어디. 매년 멀쩡한 수백만 마리를 깡그리 잡아들이니 이 동해까지 도망쳐 온 거죠. 얼마 전 홍콩에서 샥스핀을 먹었어요. 단번에 망치상어의 지느러미라는 것을 알아차렸죠. 홍콩에서 판매하는 상어 대부분이 멸종 위기종이라는 거 정말 황당하지 않아요? 그들은 멸종 상어를 잡아서 지느러미만 잘라내고 몸통은 그냥 바다에 던져 버려요. 고통스럽게 죽게 내버려두죠. 홍콩 앞바다 바닥에는 아마 상어 뼈가 산을 이룰 겁니다. 상어가 화를 내는 건 정당해요.”
“내가 본 것이 상어였는지 정확히 모르겠어요. 처음에는 빛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달빛 반사나 새우들의 귀여운 춤인 줄 알았죠. 깊은 바다를 향해 야간 다이빙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환영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침착해야 했죠. 빛은 아주 고요하게 물결을 건드리며 깃털처럼 살랑거렸어요. 물의 파동이 두 뺨에 닿았을 때 저는 그 빛의 움직임이 거대한 상어 형체와 무척 닮았다고 생각했고, 그건 진짜였어요! 밤바다에 거대한 은하수 빛을 사방으로 뿌려댔죠. 빛이 가까이 왔을 때 뾰족한 지느러미와 등 전체에 푸른 빛이 반짝거리는 거대한 흐름을 보았어요. 별빛이 수직으로 상승하고 빠르게 머리 위를 날아갔어요. 배로 올라와 내가 본 것을 사람들에게 말했지만, 그 물고기에 관해서 아는 이가 전혀 없었죠. 한참 후에 저는 빛이 거의 들지 않는 심해에서 빛을 뿌리며 사냥하는 연꼬리상어에 대한 기사를 보았어요. 그 빛은 환영이 아닌 거죠!”
“경계가 모호한 푸른 수평선과 태양, 야자수만 반복해 흔들리는 나른한 풍경. 티케하우 환초 안은 마치 호수처럼 1.5미터 높이의 바닷물이 잔잔하게 이어져 있었죠. 느닷없이 정강이에 툭. 또 한 번 툭. 그리고 옆에서 뒤에서 툭툭. 건드리고 스쳐 지나가는 물고기들이 다가왔어요. 몸집이 작고 지느러미 끝이 검은색이라 블랙 팁상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죠. 그들은 곧이어 친구들을 데려오기 시작했어요. 바닷속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가득했고, 곧 쥐가오리와 수줍은 만타레이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났어요. 그들은 나를 환초 틈새의 환상적 산호 동굴로 데려 갔어요. 그곳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협소한 오솔길을 알려주었죠. 저는 물고기가 포유류와 달리 감정이 없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요. 그들은 내게 친절했어요. 그들은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죠.”
가파도의 외딴 돌섬인 넙개가 드러나자 모두 하던 말을 멈췄다. 협곡은 이곳에서 동남쪽으로 약 1km 떨어진 가까운 곳에 있다. 다이버들은 넙개에서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마스크를 쓰고, 추를 달고, 레귤레이터를 입에 물고 하나둘씩 바다로 들어갔다.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 있었고, 파도는 잔잔했다. 가파도 물살이 가장 고요한 날이지만, 내 맥박은 초고속으로 빨랐다. 가슴에 손을 얹은 채 깊고 빠른 호흡을 두 번 들이마시고, 느리고 길게 내쉬었다. 다이버들이 실시간으로 보내는 영상에는 수중 암초 사이로 돌돔과 벵어돔이 떼를 지어 움직이는 풍경이 보였다. 환상적이었다.
검은 그림자가 깔리고, 드디어 수직으로 떨어지는 검은 해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위를 찢어놓은 듯 날카롭게 솟아있고, 계단처럼 층층 난 돌틈에 엄청나게 큰 돌돔들이 무리 지어 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못해도 70cm는 넘어 보였다. 다이버들은 수중 절벽 입구에서 다시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지만, 더 깊은 곳으로 움직였다. 해저로 진입하는 순간 검은 숨구멍 깊은 곳에서 회오리치는 물길이 다이버들을 순식간에 수중으로 밀어 올렸다. 마치 거대한 입이 다이버들을 빨아들이는 듯했다. 알 수 없는 희고 검은 물방울이 휘몰아치고 다이버들의 몸이 뒤집히며 사라졌다. 카메라를 놓친 것이 분명했다. 넙개에 남은 사람들은 서둘러 배를 띄우고, 남쪽으로 향했다. 나는 부디 아무 일 없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깊은숨을 내쉬었다. 다이버들을 발견한 건 남쪽으로 2km 떨어진 지점이었다. 그들은 마스크를 벗고 힘겹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건 상어 둥지였어! 적어도 2m는 될 걸세! 청금색 큰 눈이… 그것이 날 보고 있었어! 마치 경고라도 하듯이. 상어는 해벽의 몸 그 자체였다고. 조류에 휩쓸려 몸은 같은 자리를 계속 맴돌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꿈처럼 평온했어.. 상어의 턱이 열리고 작은 물고기들이 이빨 사이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네. 그건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름다웠어. 그러고는 상어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더니 큰 지느러미를 휘둘러 물의 흐름을 반대로 만들었어. 깊은 해저에서 엄청난 바람이 솟구쳤어. 붕!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야.”
다이브마스터가 말했다. 그는 상어의 지느러미가 다이버들을 살린 것이라 굳게 믿었다. 나는 상어를 목격한 것을 해경에 보고해야 했지만, 한동안 넙개를 떠나지 못했다. 우리 모두 상어의 집이 안전하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