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할 마음이 없다면 이 도시를 잠시 떠나는 것이 좋을 거요. 사람들은 당신의 본래 모습을 견디지 못할 테니까.”
트램에서 경고한 행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변신할 마음이 없던 그는 막 도시 외곽으로 떠나는 길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저 보통의 목요일처럼 집 앞 정류장에 내린 다음 마트에 들러 바이첸 비어 2병과 곡물빵을 샀고, 키오스크를 지나 오토슈트라세로 진입했다. 골목 입구에서 브로콜리와 곰의 몸이 내 옆을 스쳐 갔다. 자세히 말하자면, 곰의 몸뚱어리를 가진 브로콜리 머리다. 이어 발굽 있는 귀를 한 바비루사와 어깨에 사슴 뿔을 삼단으로 쌓은 쿠커리가 히죽거리며 지나갔다. 벽에 몸을 바짝 대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크고 복슬복슬한 몸에 내동댕이쳐졌을 것이다. 그들은 마치 진짜 동물의 몸으로 이동한 것처럼 보였다. 아래층에 사는 라흐니히트 할머니는 네 개의 인간 팔을 단 코끼리 몸이었다. 머리에는 핑크색 다리가 늘어진 문어가 달려 있었다.
“여인들의 목요일이 시작되었어. 함께 변신하지 않는다면 미치게 될 거라네.”
문어 할머니가 말했다. 나는 그제야 내가 비로소 변신할 순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17세기부터 시작한 사육제 주간에는 모든 이에게 변신의 권리가 주어진다. 인간이 인간이어야 한다는 관념이 무너지고, 만물의 몸으로 다시 태어나며, 환희와 자유의 행진이 6일간 이어진다.
나는 무엇으로 변신해야 할지 고심했다. 심연이 되어 뇌의 안쪽 들여다보아야 할까, 지구에 산소 방울을 처음 터뜨린 박테리아는? 생물학적 초기 생명의 몸이 된다면, 나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게 될지 모른다. 5년 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순심이로 부활해 그의 마지막 생각을 알 수 있게 된다면 죄책감을 덜어낼 지도 모른다. 치타가 되어 초원의 권리를 되찾거나 수년간 한 번도 땅을 밟지 않고 8,000km를 이동하는 칼새가 되어 온 세계를 여행할 수도 있다. 가장 작은 몸으로 고대 암석의 깊은 토양층까지 뿌리내리는 균사가 되는 상상도 해본다. 그럴수록 무수한 생명의 환상과 욕망이 내 안에 있음을 느꼈다. 고민 끝에 나는 박쥐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수년간 박쥐는 무수한 오해와 편견에 휩싸여 억울한 취급을 받아오지 않았나. 박쥐의 몸이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다. 나는 문어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변신의 재료를 구했다.
난 뒤영벌박쥐다. 뒤영벌박쥐가 된 이유는 문어 할머니가 준 날개가 벌새의 날개처럼 무척 작았기 때문이었다. 뒤영벌박쥐는 무게가 2g밖에 되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포유류이고 지구상에서 조만간 사라질 운명이다. 평소 고요한 형태로 풍경의 안쪽에서 지내는 나와 닮았다. 내게는 곧 분홍빛 뺨과 초승달 모양의 작고 귀여운 귀가 생겼다. 돼지코를 닮은 코 모양 때문에 키티돼지코박쥐라고도 불리지만, 깨알만큼 작기 때문에 대부분 내 코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고향은 태국 깐짜나부리의 깊은 동굴이며, 주로 동굴 주변에서 짐승 사체를 먹는 파리와 개미, 딱정벌레를 먹는다. 문어 할머니가 내 목에 밝은 갈색 털의 보송보송한 갈기를 붙이고 서리태 눈을 달아 주었을 때, 나는 점점 인간들의 소리에서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시력은 희미해졌지만, 몸을 통과하는 진동은 섬세하게 알아차렸다. 나는 문어 할머니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석재 건물 사이로 쏟아지는 무수한 동물들 사이로 미끄러졌다.
광란의 월요일, 변신한 몸들은 쾰른 대성당의 괴수 가고일 아래에 모였다. 내가 괴수 발톱 사이에서 꿀벌부채명나방이 날개를 뻐끔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발밑에서는 딱정벌레의 더듬이가 몸부림치고, 제 몸의 반쪽을 버리고 꿈틀거리는 지렁이의 몸이 흔들거렸다. 눈이 점점 보이지 않아 잠시 당황스러웠지만, 방향을 찾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다. 총알이 튀어 나가듯 머리에서 의식이 뻗어나갔고, 그것이 곧 대성당의 회전 계단을 따라 나선형으로 휘감고 돌아와 다시 내 머리에 박혔다. 나는 벽면에 부딪혀 돌아오는 울림으로 내가 서 있는 곳과 주변 상황을 정확하게 보았다. 모호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날개를 꿈틀거리며 계속해서 나를 붙잡았다. 종탑에 이르자 나는 인간이었을 때에는 전혀 들을 수 없던 작은 움직임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아니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경계가 무너지고, 내 몸은 새로운 감각으로 가득 채워졌다.
재의 수요일이 지나 푸른 새벽이 왔을 때 우리는 다시 인간의 몸으로 돌아왔다. 마치 최면에서 빠져나온 듯 도시 어느 곳에서도 변신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작은 깃털 하나 남게 두지 않았다. 나는 종종 내가 뒤영벌박쥐 몸이 되었을 때를 떠올린다. 단순한 상상이 아닌 실제 ‘동물이 되는’ 경험은 나를 감싸고 있는 풍경을 훨씬 크게 만들었고, 평범한 방식으로 세계와 농밀하게 연결되었다. 내가 동물이 되었을 때 느낀 압도적 감각은 아주 근원적인 것이다. 변신을 통해 내 몸의 잠재적 의지, 무수한 감각적 능력을 경험했다. 그것은 발이 닿지 않는 호수 바닥으로 한 걸음 깊게 뻗는 용기이고, 숨을 참았다가 내쉬었을 때 맡는 침묵 사이의 말이며, 강아지 콧김에서 들리는 귀엽고 슬픈 감정이었다. 그것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수시로 변했다.
며칠 후 한때 문어이자 코끼리이던 라흐니히트 할머니의 초대를 받아 홍차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었다. 우리는 많은 말을 했지만, 각자 경험한 것에 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나는 황혼의 빛을 닮은 홍차를 응시한 다음 숨을 참았다가 왼쪽 콧구멍으로 냄새를 들이마셨다. 육두구와 포도 향이 온몸에 퍼졌고, 나의 닻이 흔들거렸다. 오른쪽 콧구멍으로 숨을 들이쉬며 이제 뒤영벌박쥐와 다른 존재라고 더는 생각할 수 없었다.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홍차를 마셨다. 종종 서로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보내며, 전혀 다른 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