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을 따라 푸른 조개의 섬에 정박했을 때 민둥바위로 둘러싸인 해변에는 온통 애통한 소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고깃배에 검은색 깃발을 올린 뱃사공은 시커멓게 주름진 입술로 기도를 읊조리고, 구릿빛 피부의 아이들은 푸른 조개껍데기에 등을 올려 바다에 흘려보내며 훌쩍거렸다. 삭발을 하고 수염이 길게 난 젊은 사내들과 검은 두건을 쓴 여자들은 육중한 바위 아래에 모여 ‘착한 사람’의 삶에 관해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다.
착한 사람은 떡갈나무를 경청하는 시간을 즐겼어요. / 고사리 삶는 냄새를 기가 막히게 알아차렸죠. / 작별 인사를 할 때에는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어요. / 만타레이의 언어를 이해할 줄 알았어요 / 왼발 네 번째 발가락이 길어서 늘 양말에 구멍이 났지요. / 소라껍데기에 귀를 맞대고 시를 읊곤 했답니다. / 북풍이 불면 그의 몸에서 바닐라 냄새가 났어요. / 그가 먼 산을 향해 독백할 때는 박쥐가 몰려들고, 표범이 발바닥을 굴렸어요. / 동물들은 언제나 그의 소리를 알아차렸죠 / 목숨을 걸고 작은 동물들을 지켜냈어요. / 산불이 마을까지 닥쳐왔을 때, 그는 스스로 소나기가 되기로 마음 먹었어요. / 그가 몰고 온 비구름이 사람들의 분노까지 씻어내렸죠. / 무시무시한 협곡을 따라 그의 몸이 빛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 착한 사람, 그의 영혼은 바다로 흘러 영원히 마르지 않을 거예요.
어둠이 섬의 풍경을 하나씩 지워나가자 섬을 잠식하던 침울한 소리는 점점 더 웅장해졌다. 나는 한 번도 착한 사람을 만난 적 없지만, 그에 관한 모든 이야기가 몸에 새겨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잘 아는 것처럼 느껴졌다. 섬 전체가 착한 사람의 혼이 되어 안개처럼 서성거렸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만, 착한 사람은 너무나 빨리 생을 떠났어요. 그의 죽음으로 섬은 서서히 가라앉는 중입니다. 우리 모두 그 경계에 있습니다. 푸른 조개의 섬에 머무는 사람들은 상실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섬이 바닷속으로 영원히 잠기게 될 것입니다.”
각이 진 턱선에 턱수염이 길게 자란 노인이 말했다. 그는 착한 사람의 의례를 준비하는 섬의 최고 어른이다. 노인의 말에 따르면 푸른 조개의 섬에서 착한 사람의 상실은 모래알이 움직임을 멈추는 것과 같고, 식물과 산호의 죽음을 의미한다. 착한 사람이 지탱하고 있던 섬의 생명은 암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겁에 질린 사람 중에서는 밤바다에 몸을 던지거나 파도를 거슬러 먼바다로 떠난 이도 있었다. 남겨진 사람들은 착한 사람을 잃은 슬픔으로 스스로 비명이 되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슬픔이 섬 전체를 감싸안을 때까지 계속 탄식하는 것입니다. 통곡의 회오리가 나선으로 뿌리내리면 비로소 슬픔의 흐름이 정반대로 변합니다. 그때 사람들은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다소 충격적 풍경을 마주한 건 섬사람들이 착한 사람의 시신을 해변의 민둥바위로 내려놓는 순간이었다. 시신을 향해 우르르 몰려든 사람들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고 주먹으로 가슴을 치며 곡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흐느끼던 울음은 통곡으로 변하고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그것은 자발적이었으며, 한 리듬의 곡소리가 끝나면 다른 이들의 곡소리가 이어졌다. 시신을 향해 몸을 던지려고 하는 이와 이를 붙잡는 사람들이 뒤엉켜 그대로 인간 탑이 되었다. 그중 가장 기묘한 풍경은 착한 사람의 삶에 관해 노래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돌아가면서 한 명씩 즉석에서 시를 지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같은 문장의 후렴구를 불렀다.
용기 있는 속삭임이 바다를 유랑한다네
착한 사람이여 잘 가시게
그의 빛나는 마음에 큰 빚을 지었네
착한 사람이여 잘 가시게
천사의 얼굴로 이곳에 왔다가
착한 사람이여 잘 가시게
물방울이 되어 바다로 흘러갔네
착한 사람이여 잘 가시게
더는 조금도 아프지 않기를
착한 사람이여 잘 가시게
우리를 용서하기를
착한 사람이여 잘 가시게
착한 사람에 관한 무수한 소리는 49일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단조의 기이한 리듬과 비통한 곡소리를 들으면 목이 메고 폐가 흔들거렸다. 눈을 멀쩡하게 뜨기 어려웠고, 온몸의 물이 빠져나간 듯 점점 야위어 갔다. 통곡과 노래의 반복이 멈췄을 때 나는 거의 두 발로 일어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착한 사람은 그가 사랑한 도토리와 산들바람, 작은 모래 언덕의 토끼들과 영원히 함께할 겁니다. 섬은 상실에서 벗어났어요.” 착한 사람이 떠난 지 50일이 되던 날 노인이 말했다. 남풍이 불었다.
_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