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온도가 40도를 넘고서야 나는 야크 등에 실렸다. 털짐승의 짓눌린 등에 늘어진 몸에서 축축한 김이 새어 나오고, 하늘과 땅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목동이 마니차를 돌리며 읊는 진언이 어떤 경계에서 흐르는지 알 수 없었지만, 저승의 문을 여는 소리가 아니길 바랬다. 야크의 꼬리가 파리를 쫓는 것을 보았을 때 난 꽤 살아있었지만, 점점 눈이 부풀어 오르고 숨이 차올랐다. 캄도의 물길을 가로질러 다룬뽀 협곡의 작은 마을에 이르렀을 때 정신을 잡고 놓치는 것을 반복했다.
꼬박 이틀이 걸려 유목민의 치료사, 뵌의 게르에 도착했다. 설산이 늘어선 고원 한가운데에 낡은 천막들이 띄엄띄엄 흩어져 있고, 비릿한 바람을 따라 흐느끼는 소리가 실려 왔다. 죽음과 생이 들고 나는 공간으로 적합해 보였다. 내 몸은 시체처럼 무거워 세 명이나 달라붙어서야 야크 등에서 겨우 끄집어 내릴 수 있었다. 큰 사람이 다가와 열 손가락으로 내 손목을 지그시 눌렀다. 순간 정신의 빛이 희미해져 숨을 가늘게 내쉬었다. 죽어가는 몸이 만드는 한 줄기 숨처럼. 어둑한 공간으로 흘러든 몸은 곧바로 바위처럼 무거운 잠에 빠졌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막 아기를 낳은 여인 옆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맙소사, 내가 죽어 유목민의 아기로 다시 태어난건가요! 나는 살아 있나요? 내가 보여요?” 호들갑스러운 소란에 산모가 코를 찡긋거리며 수줍게 웃었다. “요추를 세웠으니 살아난 것 같군요. 이제 장기를 잘 달래주면 됩니다.” 암치가 나의 목덜미 척추 윗부분을 누르며 말했다. 뵌이었다. 검은 주름이 문신처럼 박힌 얼굴은 노쇠해 보였지만 척추가 꼿꼿해 큰 존재로 느껴졌다.
뵌은 명료한 목소리로 내 몸에 갇힌 바람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바람은 기맥을 따라 신장부터 폐, 입속의 혀의 물기까지 마르게 만들었고, 쪼그라든 통로에 갇힌 바람 때문에 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당신이 전혀 다른 땅에서 왔기 때문입니다. 캄도의 룽(바람)이 몸에서 일곱 바퀴 돌고 나면, 몸은 이 땅과 하늘 사이를 연결할 겁니다. 아, 땅이 그걸 허락한다면요.” 뵌은 나의 증상은 암이나 전염병 같은 큰 질병이 아니며, 이곳의 자연과 몸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하나의 차제, 즉 순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일정을 빼곡하게 짜고 서둘러 고산으로 향한 지난 결정을 후회했다.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고, 순서를 지키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내 몸이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줄까 걱정했지만, 아기 엄마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이었다. “세상에 나와 두 시간이 지나도록 울지 않다가 막 첫 소리를 냈습니다. 살아갈 마음이 있다는 거지요.” 아기 엄마가 작은 바구니 안에 있는 아기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기 머리와 살갗에 회백색의 태지 자국이 선연하게 보였다. 작고 청정한 아기는 우렁차게 울며 무언가를 잡으려는 듯 힘차게 손을 뻗어 흔들었다. 아기 엄마는 초유를 먹이며 게송을 읊기 시작했다. 이 아기는 강한 유목민의 자손이 될 것이다.
게르 밖에는 한두 살쯤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생고기 힘줄을 뜯고 있었다. 아기를 낳으면 산후 21일까지 게르 밖을 나오지 못하기 때문에 산모가 돌보지 못하는 다른 아이들은 모두의 아이가 된다. 졸지에 양육자가 된 나는 아이가 힘줄이나 작은 뼈를 삼켜버릴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를 신중하게 지켜보았다. 아이는 넘어지고 기고 일어서는 동안에도 손에서 힘줄을 놓지 않고 입으로 연신 가져갔다. 작은 얼굴은 힘줄에서 나온 즙과 흙이 뒤엉겨 시커먼 딱지가 수두룩했다. “누가 아이에게 저 큰 고깃덩어리를 준거죠? 덩어리째 삼키거나 감염이 될 수 있는데 괜찮을까요?” 내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여인에게 말했다. “저렇게 질근질근 씹다가 뱉어버릴 테니 걱정마요. 젖을 뗄 때부터 저렇게 잇몸을 단련하죠. 마음이 쓰이거든 돌소금과 아카시아 나뭇가지를 입에 넣어주세요. 살균을 도울 거에요.” 여인은 작은 칼로 청금석의 파란 부분을 긁어내며 말했다.
여인은 오랜 시간 위암으로 고통받았고, 마지막 희망처럼 뵌의 게르로 흘러든 것이었다. 그녀는 새벽에는 뵌과 긴 대화를 나누고, 오후가 되면 청금석의 푸른 입자를 고산지대의 나무뿌리, 담수 물풀들과 섞어 약을 만들었다. “뵌의 처방약은 만병을 고친다고 들었어요. 곧 병이 깨끗이 나을 거에요.” 내가 여인의 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내 병은 업의 인과로 생긴 질병입니다. 누구도 완벽한 처방약을 줄 수 없고, 약을 먹어도 몸의 오염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죠.” 여인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는 여인의 말대로 씹던 고깃덩이를 바닥으로 세차게 내팽겨버렸다.
내 몸은 점점 가벼워졌다. 열은 정상으로 내려왔고, 숨 쉬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뵌의 진료를 돕고, 야크차를 준비하고, 약초와 광물로 처방약을 제조하며 하루를 보냈다. 뵌은 내 몸에 캄도의 바람이 여섯 번 통과했고, 이제 마지막 한 번의 기맥이 열리면 보름달이 뜰 것이라고 말했다. 보름달이 뜨면 목동은 야크를 타고 나를 데리러 올 것이다.
“몸을 잘 달랬나 보군요.” 한 남자 노인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노인은 짐을 챙겨 막 떠날 채비를 하던 중이었다. “건강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가는 건가요? 무탈한 길이 되길 바랍니다.” 내가 가볍게 목례하며 말했다. “내 숨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본래 가지고 태어난 호흡의 수가 끝난 것이니 가히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나는 마지막 숨을 뱉기로 결정한 곳으로 갑니다. 그것은 내 고유한 권리입니다.” 노인은 말을 끝내자마자 나르탕 야라야산의 험준한 바위를 향해 멀어져갔다. 푸른 연꽃이 만개한 호수가 있다는 전설의 설산이다. 나는 노인의 마지막 숨에 연꽃이 함께하기를 기도했다. 아주 고결하고 투명한 염원이었다.
게르의 병풍에 걸친 설산 아래에서는 온몸을 바닥에 던지고 가장 낮은 곳에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줄지어 있었다. 뵌의 말에 따르면 그들 모두 몸과 자연의 균형이 깨져 먼 곳에서 이곳까지 흘러들었고, 더 나은 몸과 마음을 얻기 위해 오체투지로 기도하는 중이었다.
“기도가 정말 이루어지면 좋겠어요. 저렇게 간절하게 기도하는데요.”
“저들은 병이 낫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몸을 아프게 만든 자신의 과거를 사무치게 참회하는 것이죠.”
“과거를 참회한다고 몸이 나아지진 않아요.”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기도는 억겁의 생이 걸립니다.”
그날 밤 크림색의 보름달이 땅을 선명하게 비추는 것을 보았다. 나는 돌소금 덩어리를 손바닥 가득 쥐고, 게르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했다. 세 번, 열두 번, 스물한 번…
_ 끝